한손에는 간식을, 한손에는 성경을 들고!!!
“나는 사람을 2명이나 죽인 살인범입니다. 앞으로 희망도없고 사형을 당할텐데 좋은 말이 무슨 필요가있습니까? 시끄럽게 떠들지말고 나가세요”
쇠창살안에있는 한 중년남자가 자포자기한듯이 외치는 소리였다
아직 동장군이 가시지않은 이른 봄날! 우리 선교사일행은 전철역에서 내려 행인들사이를 뚫고 담당하는 경찰서 유치장으로 향했다.오늘은 유치인이 무려 23명이나 되었다. 아니! 오늘따라 웬 유치인이 이리도 많지? 경찰관의 안내를 받아 육중한 철창문을 열고 들어가니 쇠창살로 가로막혀진 몇 개의 조그만 방마다 몇 명씩 오무리고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유치인들!
조용한 음악을틀고 말을 시작하는 순간 한 유치인이 외치는 고함 소리가 우리의 귓전을 때리고 지나갔다. 순간 당황한 우리들은 유치장 입구의 팻말을 보니 살인이라는 죄목이 적혀있었다. 종종 유치인들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적은 있으나,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고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험악한 얼굴을 들이대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바로 “여러분, 우리는 다 같은 가족입니다. 여러분의 가족이 사랑하는 여러분을 보기위해서 왔다고 생각하십시오”하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것” 유인물을 나누어주고 삶과 사랑에 관해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목소리로 유치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나갔다
그리고 준비해간 음료와 과자등 간식을 쇠창살 넘어로 나누어주면서 일일이 유치인들과 손을 잡고 그들과 마음을 함께하기위해 노력했다. 조금전에 소리를 지르던 살인범도 다소 마음을 가라않힌듯 조용해지면서 우리들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나운 늑대(?)의 모습에서 순한 양의 얼굴로 서서히 돌아오고있었다
쇠창살안의 예수님! 우리들은 이와같은 마음을 가지고 유치인들을 대하고있다. 사기.절도.폭행.살인등 온갖 잘못을 저지르고 들어와서 몸과 마음이 황폐해진 그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이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있다. 유치인들이 깊은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새로운 삶을 다짐하고 가톨릭신자가 되겠다고 말할 때 주님의 깊은 섭리를 깨닫게된다
한번은 신부님을 모시고 “내가 절망속에서~ 주께 아뢰나이다~♪ 주여 나의 간구를 들어~” 하면서 성가를 부르는데 유치인 한사람이 벌떡 일어서더니 두손을 모으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주여, 이 기막힌 죄인이 여기 있습니다 오 ! 아버지시여!”
한 남자가 외치는 통회의 절규로 유치장 안은 숨소리조차 없이 조용했다. 그는 우리가 노래로 하는 기도를 가슴 깊숙히 새기고 있었다. 노래를 하는 우리들도 끊어질듯한 통증을 같이 느끼고있었다. 참다못해 다가가서 그분의 손을 잡고 "신부님 오셨는데 손이라도 잡아보겠습니까?"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졸지에 신부님이 고해성사 주시느라 잠깐 유치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용감하게 철창 안으로 들어가시는 신부님! 철창안에서 신부님의 다정한 말씀에 마음을 추스르고있는 그분의 모습에서 바로 이곳이 하느님의 나라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최근에는 한 유치인으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작년 8월 제가 용산서 유치장에 구금되어있을때 저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열어주셨음에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때 저는 동트는 아침의 여명이 세상 구석구석 온갖 어두움을 밝혀 주듯이 한줄기 양심의 햇살이 제마음 깊은곳의 어두움을 밝혀주는것을 느꼈습니다”
이 감동의 편지를 받고 우리들은 또 한번 우리의 역할을 마음깊이 새겨볼수있었다.
서울 대교구 사회사목부 경찰사목위원회(위원장 강혁준 신부)에서는 산하 31개 경찰서의 유치장에 들어가 유치인들을 대상으로 선도 및 복음전파 활동을 하고있다. 아울러 경찰 직원및 전의경들의 신앙 관리와 예비자 교리를하고있다. 다른 일반 봉사와 달리 한순간 한순간 땀과 노력이 수반되면서 기동대와 경찰서 현장마다 숱한 감동의 드라마가 연출되고있다
특히 전의경들을 상대로한 세례식은 대상자를 찾아 헤매는 완전히 “숨바꼭질”현장이나 다름없다. 세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세례식 당일까지 한 순간도 안심하지못하고 이리뛰고 저리뛰는 곳이 바로 경찰사목의 현장이다. 평신도 선교사들이 각 경찰서에 한명씩 파견되어 주 1-2회 정기적으로 방문하면서 교리반을 운영하고있다. 그리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위해(?) 과자등 간식을 주면서 아들같은 사랑으로 대하고있다.
그러나 수시로 출동을 나가서 헛탕을 치기도하고, 시위진압이 없을때면 방범순찰로 많은 인원이 빠져 나가기도 하는등 체계적으로 관리하기에 정말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다. 어떤때는 시내 한복판 시위현장에 가서 틈새시간을 이용하여 만나기도하고, 밤새 근무후 잠을 자고 오후에 출동나가는 이들을 점심시간을 이용해 전경 뻐스안에서 잠시 만남을 가지기도한다.
어렵게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맞이하는 합동 세례식(년3회) 시간! 전의경 한명 한명에게 기울였던 선교사들의 피와땀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그러나 세례당일까지도 혹시 출동으로 나오지못할까 마음을 조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럴때마다 우리 선교사들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하느님께는 더욱 큰 영광이 되리라” 는 믿음을 가지고 꿋꿋이 나가고있다
바오로 사도는 필립비서(3.13-14)에서 “나는 다만 내 뒤에있는 것을 잊고 앞에 있는것만 바라보면서 목표를향하여 달려갈 뿐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오늘도 한손에는 간식을 들고 다른손엔 성경을 들고 서울시내 각 기동대와 경찰서로 복음을 전파하기위해, 그리고 유치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기위해 길을 나서는 경사위 선교사들에게 주님의 축복을 빈다
경사위에서는 현재 많은 선교사들이 활동하고있으나 아직도 진출 대상 경찰서가 많아 낚시꾼(?)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아울러 특수사목현장에서의 예산부족으로 전의경들에게 초코파이 하나 주는것도 부담이 되는 실정이다. 많은분들의 관심과 지원을 바랍니다.
경사위 본부:723-9471
혜화동 탈리타쿰 센타:742-9471
홈페이지 http://www.catholicpolice.or.kr
경찰사목위원회 신앙생활 연구부 회장. 이 계상 분도 선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