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혁준 신부(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위원장)
"가족들한테는 '비밀로'입니다!" 예비신자 교리를 받으며 성탄 즈음,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선물로 알려줄 것이라며 수줍게 이야기하는 경찰형제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경직되기 쉬운 환경에서 소박한 마음으로 기쁨을 준비하는 따뜻함을 느낀다.
경찰사목을 시작한 지 이제 3년. 그러나 참으로 많은 사연들이 있었던 것 같다. 서울청과 경찰청, 37개 경찰서와 유치장, 4개 기동단, 88개 중대. 타종단에 비해 40년 늦게 시작된 분야인 이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없는 이 상황에서 난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전혀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고민이 실제로 피부에 와 닿았다. 하지만 그것은 기도가 우리의 진정한 양식이라는 가르침을 깨닫게 한 은총의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은 내가 전부일 때 갖는 욕심이었다는 것을 지식이 아니라 마음으로 알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내가 막막함을 느낀다는 것은 사실 내 생각과 말이 그분보다 더 앞섰던 것이었다. 그래서 나를 벗어 놓으니, 경찰사목을 한다는 것 역시 그리스도께서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하는 방법이었고, 다만 특수한 조건에서 전달되지 않았던 주님의 기쁨이 경찰에서도 가능하도록 도구로서 존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경찰사목을 하면서 만나는 모든 분들이 보물처럼 느껴졌다. 타종교인이나 신앙이 없는 분들을 더 많이 만나야 하는 어색함은 우리 교우들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지 알게 해주었고, 전·의경 대원들이 고해성사를 보거나 성당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동체 일치를 위해 기도하도록 해주었다. 유치장의 짧은 면회시간 동안 어느 노래 가사처럼 '당신도 모르는 누군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소중함을 전하는 사랑은 주님 말씀을 묵상하는 소중한 기쁨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어려운 생활여건에서도 함께 해주는 몇 안 되는 봉사자들, 각자 맡겨진 역할을 위해 열정을 갖고 살신성인하시는 위원 사제들, 우리 경찰사목 공동체는 주님께서 사랑을 듬뿍 주시는 행복한 공동체인 것 같다.
지금은 모든 것을 몸으로 뛰어야 하는 특수사목 초창기여서 하루하루 준비하고 정리하고 무엇인가를 꾸려 나가는 일이 버겁기도 하지만 나는 너무 기쁜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인사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런 말을 가끔 한다. "경찰사목을 통해 경찰기관뿐 아니라 타종교인들, 혹은 신앙이 없는 분에게도 하느님의 좋은 일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