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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신문]정의채 신부에게 듣는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경찰사목위원회 | 2004-05-16 | 조회 1544

평화신문          773 호
발행일 : 2004-05-16



선교 3세기 한국교회 미래지향적 좌표 제시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는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 대표들이 교구 벽을 뛰어넘어 머리를 맞대고 한국교회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고 비전을 제시한 회의였다. 선교 3세기 한국교회의 좌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는 지난 20년 동안 한국교회의 변화와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을 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우리 교회에 여러가지로 비전을 제시해 주고 있다.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당시 부위원장으로 추진단계부터 의제선정 및 의안준비, 교구 사목회의를 거쳐 본회의인 전국 사목회의에 이르기까지 주도적 역할을 한 정의채(서강대 석좌교수) 신부와 특별 인터뷰를 통해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의 배경과 과정, 주요 성과, 사목회의가 오늘 한국교회에 주는 의미와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신부님께서는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의 의의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여러 차례 강조된 부분이지만,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는 20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천주교회가 사상 처음으로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참여해 머리를 맞대고 한국교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모색한 회의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교회 발전을 위해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교구 경계를 뛰어넘어 전국 차원에서 함께 한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따른 것으로 세계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영국 교회가 우리보다 앞서 이런 회의를 했지만 우리 교회의 사목회의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만큼 폭넓고 다양한 주제를 다룬 사목회의였습니다.  
 

 △사목회의 개최 배경과 전개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 주십시오.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을 뜻있게 맞이하기 위해서 주교회의에서 200주년 기념 준비 주교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렇게 주교단에 의해 시작됐지만 그 다음부터 모든 과정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또 특별히 평신도가 부상했습니다. 말하자면 평신도들이 자각하고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평신도들에 의해 세워진 그 전통이 되살아났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평신도들이 나서니까 성직자들도 호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사목회의는 준비과정에서부터 백지 상태에서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위로부터의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의제가 선정되고 의안이 준비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아래로부터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게 되니까 평신도들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평신도들은 교회를 위해 일을 하고 싶었지만 수렴해 주는 계기가 별로 없었는데 사목회의를 통해 잠재돼 있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런 힘들이 상승작용을 해서 모두가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이것은 사목회의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다 수렴했습니다. 사목회의 의안이 말해주고 있습니다만 노동사목뿐 아니라 경찰사목, 어촌, 광산, 해외교포 문제까지 수렴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제기된 문제들이 거의 다 수렴되니 자연히 호응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실무 책임자로서 저는 여기에 대해서 보람과 긍지를 느낍니다(사목회의 12개 의안에 대한 총회 투표결과 각 의안마다 참가자 90% 이상이 찬성했다).
 

 △신부님께서는 사목회의 의안 작성 과정에서 실무 책임자로서 깊이 관여하셨는데, 의안 준비는 어떤 식으로 하셨습니까.

 사목회의의 지향점은 교회 본연의 과제인 사목입니다. 그런데 70년대 유신체제를 겪으면서 많은 신부님들이 민주화, 사회정의, 인권 운동에 더 관심을 보였습니다. 물론 현세 질서 개선도 교회가 수행해야 할 중요한 일이지만 민주화가 지상 목표가 되다 보니 교회 본연의 일인 사목은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이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교회 안으로는(Ad intra) 영성을 찾고 이것이 구체적 활동으로는 애덕 실천으로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또 교회 밖으로는(Ad extra) 대화를 기본틀로 하고 선교와 사회라는 두 분야로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통해 선교하기 위해서는 선교적 열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은 곧 우리 것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사목회의는 민족문화 창달 또는 토착화를 내세웠지요. 저는 80년대 이후 불고 있는 토착화 바람은 사목회의가 일으켰다고 봅니다.

 이렇게 해서 성직자·수도자·평신도·전례·신심운동·지역사목·교리교육·가정사목·특수사목·교회운영·선교·사회 등 모두 12가지 의제가 선정된 것입니다.
 

 △사목회의 성과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앞에서 잠시 말씀드렸습니다만 사목회의 과정을 통해서 교회가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이것이 교회 내적으로는 영성과 애덕 실천으로 나타났고, 밖으로는 토착화에 대한 관심,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사목회의에서 논의되고 제안된 내용들은 대단히 많습니다. 이런 제안 사항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즉시 실천될 수 있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5~10년, 어떤 것은 20년 이상 걸려야 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어떤 것은 우리 한국 교회 자체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있는데, 주교 선출이나 주교 임기제 같은 것이 그 경우지요.

 사목회의 이후 한동안 '심혈을 기울인 사목회의가 사장됐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만, 사목회의에서 제안된 내용들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상당이 많이 교회 사목 정책에 반영됐다고 봅니다. 지난 1995년에 발표된 '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를 작성하신 정진석 대주교께서는 사목회의 의안집이 없었다면 지침서 작성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말씀을 제게 몇번이나 하셨습니다.
 

 △사목회의 20주년을 지내는 오늘의 상황에서 사목회의 정신이나 내용이 어떻게 더 구체화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사목회의의 제안들은 20년 전 상황에 대한 응답일뿐 아니라 2000년대를 지내고 있는 오늘에도 추진해야 할 미래지향적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연구 추진해야 할 전문연구기관들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저는 사목회의 당시부터 가톨릭 종합대학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종합대학 안에 연구기관 단지를 두고 그 연구기관들을 통해서 사목회의가 제안한 내용들에 대한 후속작업은 물론 시대에 요청되는 다양한 사목정책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대책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그 일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사목회의가 20년 전 상황에 대한 응답이라면 오늘은 오늘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에 대한 응답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교육입니다. 우선 젊은이들에게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가톨릭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가정 위기가 심각하다고 합니다만 가정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젊은이들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라고 봅니다. 또 평생교육도 필요합니다. 이런 것을 위해서도 가톨릭 종합대학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또 교육과도 연관이 되지만 젊은이 문제 역시 교회가 깊이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교회는 젊은 세대와 균열을 빚고 있습니다. 교회의 희망이어야 할 젊은이가 교회에 없습니다. 교회가 젊은이들의 무덤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들어 교회가 문화사목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희망의 표지일 수 있습니다. 서울대교구가 추진하는 명동개발계획도 젊은이들을 위한 문화사목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사목회의 20주년을 맞아 신부님께서 느끼시는 개인적 소회와 또 한국 교회에 바라는 말씀이 있으면 해주십시오.

 저는 사목회의가 선교 3세기의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한 회의라고 봅니다. 오늘에도 여전히 연구하고 적용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회의입니다. 당시 사목회의를 이끌어 주신 주교단과 특히 위원장 박정일 주교님, 그리고 함께 수고해 주신 많은 성직자·수도자·평신도들에게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사목회의는 평신도와 성직자가 함께 함으로써 상승작용을 일으킨 회의입니다. 성직자 없는 평신도만의 교회, 또 평신도 없는 성직자만의 교회란 생각할 수 없습니다. 평신도와 성직자가 함께 커야 합니다. 신학교 개방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저는 1990년 바티칸에서 열린 제8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전문위원으로 참가해 '종합대학 안에서의 신학생 양성'이란 제목으로 평신도와 같이 양성돼야 할 사제상에 대해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것이 사목회의 정신과 맥을 같이합니다.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하는 모습은 최근에는 각 교구의 시노드들을 통해서도 구체화했는데 이런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문화의 토착화 또는 민족문화 창달 역시 우리 교회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제입니다. 세계는 점차 새로운 인류 공통문화를 창출해 나가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인류 공통문화 창출은 다양성 안에서의 공통문화 형성이기에 민족문화의 창달 또는 토착화는 우리 교회가 2000년대에 수행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와 함께 종교· 문화 예술의 장으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교회의 미래 지향적 사명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런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주셨으면 합니다.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