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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신문][사목일기] 매순간을 충실히 살자

경찰사목위원회 | 2003-05-25 | 조회 1388

평화신문     725 호            발행일 : 2003-5-25 강혁준 신부(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위원장)  경찰사목을 하기 전 일이다. '병자영성체'를 할 때면, 가정형편도 어렵고 거동도 힘든 어르신이 많았다. 그래서 "병원 가시기 힘들면 따뜻한 물이라도 떠서 '족욕(足浴)'이나 '반신욕(半身浴)'을 하시라"고 권하곤 했다. 그런데 그분들 말씀이 죸효과가 좋은 방법이긴 한데 물이 빨리 식어서 어렵다죹는 것이었다.  '물의 온도가 오래 유지되는 방법이 무엇일까?'하고 고민하며 한약재에 관한 짧은 지식을 바탕으로 실험을 해보다가 특수 약재를 비율대로 섞어 물에 타면 물이 잘 식지 않고 향기도 있고 피로도 잘 풀리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 약재를, 물에 타서 쓰시라고 병자영성체 때마다 갖다 드리니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했다. 게다가 피부에 닿은 부위가 달라졌다며 내가 알지도 못하는 효능을 설명해 주시곤 했다.  운동 후 피로감이나 타박상 처리방법에 관한 호기심은 무예를 수련하며 늘 생각했던 것인데, 그런 관심이 어르신들께 좋은 결과가 되어 너무 기쁘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리고 세상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하느님께서 잘 사용하시는 것 같다고 여겼고, 이 또한 시간 속에 잊혀져 갔다. 그런데 이것을 다시 기억해 내야 할 일들이 생겼다.  경찰에서 성당이나 경신실 공간은 얻기도 어렵지만, 얻어서 공간을 꾸미는 것도 큰 고민거리다. 그래서 교우회 임원들과 의논 끝에 고생이 되더라도 성당에 가서 바자회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말이 쉽지, 본당 사목시절 이런 부탁으로 주임신부님을 찾는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에 내 자신이 그런 입장이 되어 부탁한다는 것도 마음 편한 일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바자회 물품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비누, 구두, 화장품, 내가 얼마 전 썼던 기도묵상집, 이게 전부였다. 그래서 병자영성체 때 갖고 다니던 약재를 경찰수호성인인 '성 미카엘'의 이름을 따서 '미카엘 수(水)'라고 이름을 붙이고 병자영성체 때 그분들께 들은 효능을 열거하며 세안제로 내놨다. 바자회 날, 미카엘수는 거의 다 팔았고 효능을 체험한 분들의 감사인사를 많이 들었다. 바자회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못 잊을 추억이 됐고, 하느님께 봉헌된 찬미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미카엘수는 전·의경 간식비나 유치장 복지 문제 등 경찰사목 후원비 마련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려울 때는 잊혀진 기岾� 새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순간충실히 소중히 살아야 한다는 교훈인 것 같다. 하느님은 부족한 사제의 작은 능력을 통해 당신 일을 하고 계심을 다시 한번 고백하게 된다.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