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5기동단 윤동연, 5기동단 56중대 윤태영대원(09.11.6)
경찰사목위원회 | 2009-11-09 | 조회 1909
어머니와 아버지 곁을 떠난 지 100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집이 편한지도 몰랐던 철부지가 늦게나마 철이 드는 것 같습니다.
매일 용돈 작다고 투덜대고 용돈 받으면 그저 좋다고 나가서 술 먹다가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을 보고 들어와서, 바로 자버리고 일어나면 그날 저녁에 또 나가고.. 그렇게 부모님의 얇아지던 지갑과 얇아지던 부모님의 마음을 몰랐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그런 모습을 보던 부모님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군대 간다고 말할 때 앞에서 잘 다녀오라고 하시고 뒤에서 우시던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벽제 수련원에서 면회가 될 때 바쁘셔서 못 올라오신다고 미안하다고 하신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본부에 있을 때 면회 오셨는데 보자마자 손을 잡고 우시던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특박 때 집에서 밥한 끼 손수 해주신다고 하셨을 때, 나는 외식하자고..
귀찮게 왜 집에서 먹냐고... 밥한 끼 따뜻한 손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으셨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소포로 비타민, 영양제 같은 약을 부쳐준 것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전화비 많이 나와도 되니까 전화하라던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머릿속에 어머니가 해준 김치찌개가 생각이 납니다.
일주일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았던 어머니 김치찌개가 너무 생각이 납니다.
어머니, 아버지 어깨 한 번 주물러 드리지도 못하고... 못난 아들 죄송합니다. 이번에 외박 나가면 어깨라도 꼭 주물러 드리며 수고 하셨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59중대 이경 윤도연
내 자신 윤태영에게...
태영아 네가 입대한지 4개월이 다 되어 가는구나. 입대할 때는 뜨거운 여름이었는데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 단풍이 들고 쌀쌀한 가을이 되었구나.
힘들 때면 항상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버티고 버텨냈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은 부모님이 지고 있는 짐에 비하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버텨냈지.
지금 네가 서있는 이곳이, 이위치가 힘들더라도 미래를 생각하면서 잘 버텨내자. 비가 온 뒤, 땅이 굳어지듯, 추운 겨울이 지나며 따뜻한 봄이 오듯, 22개월 동안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2011년 4월에는 한층 더 성숙한 네가 될 수 있을 거야.
2011년 4월 성숙한 태영이를 기대하며 이글을 마칠게.
56중대 이경 윤태영